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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로킹 특허의 마지막 단추는 변리사의 천재성이다

    같은 발명도 청구항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강한 특허가 되기도, 쉽게 무효가 되기도 한다. 공지기술을 그대로 나열하면 죽지만, 숨어 있는 물리 제약을 끌어내 필연적 결합으로 표현하면 아예 다른 특허가 된다. 산업용 용접기 예시로 보는, 블로킹 특허를 완성하는 변리사의 천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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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특허 동천
    Aug 12, 2026
    블로킹 특허의 마지막 단추는 변리사의 천재성이다
    Contents
    특허도 등록 후에 죽는다대부분의 특허는 '갖다 붙인' 형태다산업용 용접기를 3차원으로 제어한다는 아이디어숨어 있는 물리 제약을 끌어낸다같은 발명인데 아예 다른 특허가 된다이건 기술이 아니라 예술입니다정리하면

    지난 편에서 밖에서 보이는 특허라야 팔린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제 좋은 길목도 골랐고, 입증되게 권리도 걸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관문이 하나 남았습니다. 그 특허를 어떻게 써야 나중에 무효로 죽지 않느냐는 겁니다.

    오늘이 그 마지막 단계 이야기입니다. 이번에도 시작 전에 짚고 가죠. 이 모든 이야기는 인공지능으로 기술 발전에 가속이 붙는 세상을 전제로 한 추론이지, 단정이 아닙니다.

    특허도 등록 후에 죽는다

    먼저 알아두실 게 있습니다. 특허는 한 번 등록됐다고 해서 영원히 안전한 게 아닙니다. 나중에 무효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이 '진보성 부족'입니다.

    진보성이란 이런 원칙입니다. 이미 알려진 기술들로부터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은 특허로 보호해 주지 않는다. 누구나 떠올릴 만한 조합은 독점시켜 주지 않는다는 거죠. 당연한 얘기 같지만, 이게 수많은 특허를 죽이는 칼이 됩니다.

    단순 나열 특허가 숨은 제약을 통해 블로킹 특허로 강화되는 4단계 인포그래픽

    대부분의 특허는 '갖다 붙인' 형태다

    현실에서 개발자가 들고 오는 아이디어는 대개 이미 알려진 요소 기술 두세 개를 단순히 나란히 배치한 형태입니다. "A 기술이랑 B 기술을 같이 썼습니다" 하는 식이죠. 그리고 보통 변리사는 그걸 있는 그대로 청구항에 적습니다. 그게 일반적인 변리사의 일이니까요.

    문제는 이렇게 "단순히 나열된" 특허가 약하다는 겁니다. 상대방이 이렇게 공격하면 끝나거든요. "그 요소들은 다 예전부터 있던 거고, 그냥 갖다 붙인 것뿐이다. 누구나 쉽게 생각해낼 수 있다." 이 한 방에 진보성이 무너지고 특허가 죽습니다.

    말이 어려우니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이 예시 하나만 따라오시면 오늘 이야기가 다 풀립니다.

    산업용 용접기를 3차원으로 제어한다는 아이디어

    어떤 개발자가 이런 아이디어를 가져왔다고 합시다. "산업용 용접기를 3차원으로 제어하겠다." 좋은 아이디어죠. 그런데 뜯어보면 여기 쓰인 요소 기술이 전부 공지기술입니다. 용접기도 있던 거고, 3차원 제어도 있던 거고, 경로를 짜는 방법도 다 있던 겁니다.

    이걸 그대로 청구항에 적으면 어떻게 될까요. "용접기를 3차원 경로로 제어한다." 끝입니다. 그리고 바로 죽습니다. "용접기 공지, 3차원 제어 공지, 그거 갖다 붙인 것뿐이잖아?" 이 한마디에 무너지거든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조합이니까요.

    여기까지가 보통의 특허입니다. 그런데 진짜는 지금부터입니다.

    숨어 있는 물리 제약을 끌어낸다

    이 발명을 분해해서 다른 각도로 다시 들여다봅니다. 그러면 겉으로 안 보이던 제약이 하나 숨어 있는 게 보입니다.

    용접기를 3차원으로 움직이다 보면, 전류를 만들어내는 인버터와 실제로 용접이 일어나는 끝부분(엔드이펙터) 사이의 거리가 일정 구간 안에 들어와야만 합니다. 이 거리가 벗어나면 용접 품질이 망가지거든요. 3차원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려는 욕심과, 그 거리를 지켜야 한다는 물리적 제약이 서로 부딪히는 겁니다. 개발자도 미처 또렷이 의식하지 못했을 수 있는, 숨은 제약이죠.

    자, 이 숨은 제약을 끌어내서 청구항을 이렇게 다시 씁니다.

    "3차원 제어 경로를 만들 때, 인버터와 엔드이펙터 사이의 거리가 일정 구간 이내이면 그 경로를 확정한다. 만약 그 구간을 벗어나면, 아예 위치를 이동시켜서 거리를 맞춘 다음 경로를 다시 만든다."

    용접기 3D 제어에서 인버터와 엔드이펙터 거리 제약을 표시한 블루프린트 도식

    같은 발명인데 아예 다른 특허가 된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이시나요. 방금 전 "용접기를 3차원으로 제어한다"와 지금 이 청구항은 같은 발명입니다. 그런데 완전히 다른 특허가 됐어요.

    이제 이 청구항은 "단순히 갖다 붙인 것"이 아닙니다. "3차원 제어를 하려면 반드시 그 거리 제약이 이런 방식으로 맞물려야만 한다"는 필연적 관계로 묶였거든요. 단순 나열이 아니라 진짜 시너지가 생긴 겁니다. "용접기랑 3차원 제어를 같이 썼다"가 아니라 "3차원 용접 제어에는 이 거리 제어가 필연적으로 따라붙는다"가 된 거죠.

    그래서 이 특허는 세 가지 성질을 동시에 갖습니다.

    좁아 보입니다. 거리니 구간이니 구체적인 한정이 붙어서 권리 범위가 작아 보이죠. "이렇게 좁아서 뭘 막겠어?" 싶습니다.

    그런데 못 피합니다. 그 거리 제약은 3차원 용접을 제대로 하려면 누구든 반드시 거쳐야 하는 부분입니다. 경쟁자가 우회하려 해도 결국 그 거리를 맞춰야 하니, 그 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죽이기도 어렵습니다. 한정이 좁고 구체적이라, 이걸 정확히 무효화할 선행기술을 찾기가 오히려 어렵습니다. 넓고 막연한 특허는 "옛날에 있던 거잖아" 하고 쉽게 걸리지만, 이렇게 좁고 필연적인 조합은 똑같은 선례가 잘 없거든요.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이 거리 제약이 정말 필요하다는 걸 말로 갖다 붙이면 안 됩니다. 명세서 안에 측정 가능한 근거로 미리 심어둬야 해요. 그래야 나중에 "그거 사후에 끼워 맞춘 거 아니냐"는 반박을 견딥니다.

    이건 기술이 아니라 예술입니다

    여기까지 오면 한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같은 발명을 받아들고도, 그걸 "용접기 3차원 제어"라고 밋밋하게 적어 죽이느냐, 숨은 거리 제약을 끌어내 "아무도 못 피하는 권리"로 굳히느냐. 이 차이를 만드는 건 발명 자체가 아닙니다. 그걸 표현하는 사람입니다.

    4편에서 개발자가 정션에 멋지게 돌을 얹었다고 했죠. 미래의 급소를 골라 바둑판에 미리 돌을 두는 일이었습니다. 그게 마지막에서 두 번째 단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그 돌을 천재적으로 표현해서 죽지 않는 권리로 굳히는 일이에요.

    앞이 개발자의 천재성이라면 이건 변리사의 천재성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마지막 단계는 기술이라기보다 예술에 가깝습니다. 같은 재료를 받아도 누구는 평범한 특허를, 누구는 아무도 못 피하는 특허를 빚어내거든요. 블로킹 특허의 마지막 단추는 바로 여기서 채워집니다.

    정리하면

    대부분의 특허는 알려진 요소를 단순히 나열한 형태라 "갖다 붙인 것뿐"이라는 공격에 쉽게 무너집니다. 블로킹 특허는 다릅니다. 발명을 분해해 숨은 물리 제약을 끌어내고, 그걸 필연적으로 맞물리는 관계로 표현하면, 같은 발명도 좁아 보이지만 못 피하고 죽이기도 어려운 특허로 다시 태어납니다. 정션에 돌을 얹는 게 개발자의 천재성이라면, 이걸 권리로 굳히는 표현은 변리사의 천재성이고, 이 마지막 단계는 예술에 가깝습니다.

    자, 이제 만드는 법은 다 봤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던질 질문이 하나 남았어요. 왜 하필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느냐는 겁니다. 이 전략이 통하는 시기는 사실 길지 않거든요.

    다음 편에서는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금이 왜 잠깐 열린 기회의 창인지, 그리고 이 창이 닫히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박정규 변리사
    박정규 변리사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 해외특허 20년 경력
    국제특허 동천 대표변리사 · 아이피파트너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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