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특허 비용 아끼려다 낭패 보는 이유: 다중종속항과 ‘멀티-멀티’의 함정

일본 특허에서 다중종속항을 활용하면 청구항 수를 줄여 비용을 관리할 수 있지만, 2022년 4월 이후 ‘멀티-멀티(다중종속항이 또 다른 다중종속항을 인용하는 구조)’가 금지되면서 오히려 거절이유와 보정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번역 문제가 아닌 청구항 구조 설계의 함정과, 출원 전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했습니다.
일본 특허 비용 아끼려다 낭패 보는 이유: 다중종속항과 ‘멀티-멀티’의 함정

일본은 다중종속항을 비교적 폭넓게 허용하는 몇 안 되는 국가입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종속항을 작성할 때, 앞의 여러 청구항을 한 번에 인용하면서 추가로 한정하는 방식이 관행처럼 사용되었습니다. 일본 출원을 많이 다뤄본 베테랑 변리사들은 한국·미국 명세서를 그대로 번역하지 않고, 일본용으로 청구항 구조를 다시 짜서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제는 그 방식이 자칫하면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2022년 4월 1일 이후, 소위 ‘멀티-멀티’ 구조가 전면 금지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일본 특허명세서에서는 왜 다중종속항을 사용했을까?

일본은 다중종속항을 허용합니다.

즉, 하나의 종속항이 여러 개의 선행 청구항을 동시에 인용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를 잘 활용하면 이런 구조가 가능합니다.

  • 제1항을 기본 발명으로 두고

  • 제2항, 제3항, 제4항에서 각각 다른 요소를 한정하고

  • 그 다음 항에서 “제1항 내지 제4항 중 어느 한 항에 있어서…”라는 식으로 다시 묶는 방식

이렇게 하면 권리 조합을 촘촘하게 설계하면서도 청구항 수를 비교적 압축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심사청구료와 연차료가 청구항 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청구항을 전략적으로 설계하면 비용 관리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일본 출원 경험이 많은 아웃고잉 전문 변리사들은 종종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일본은 다중종속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

그 말 자체는 틀리지 않습니다.

다만, 전제가 있습니다.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 때만 유효합니다.


2022년 이후,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 청구항 기재 방식

과거에는 한국 특허 명세서를 기반으로 일본 출원을 하면서, 종속항 위에 또 다른 다중종속항을 얹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 A항: 제1항 또는 제2항 중 어느 한 항에 있어서…

  • B항: 제3항 또는 제4항 중 어느 한 항에 있어서…

그리고 다시,

  • C항: A항 또는 B항에 있어서…

이런 식의 구조가 바로 ‘멀티-멀티’입니다.

다중종속항이 또 다른 다중종속항을 인용하는 구조입니다.

2022년 4월 1일 이후 일본에서는 이 구조가 명확히 금지되었습니다. 거절이유 대상입니다.

즉, 예전처럼 “일단 묶고 보자”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특히 PCT로 일본에 진입하는 경우, 원문 구조에 이미 멀티-멀티가 숨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분할출원 단계에서도 혼동이 생기기 쉽습니다.

2022년 4월 1일 이후 일본 청구항 기재방식의 변화
2022년 4월 1일 이후 일본 청구항 기재방식의 변화

비용 절감이 오히려 ‘보정 폭탄’이 되는 순간

일본 특허에서 비용은 결국 청구항 수가 결정합니다.

심사청구 시점의 청구항 수, 그리고 등록 시점의 청구항 수가 각각 비용에 반영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다중종속항은 한 항으로 계산되니, 최대한 묶으면 이득 아닌가요?”

겉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 인용 관계가 깊어져 심사관이 기술 구성을 파악하기 어려워집니다.

  • 거절이유 대응 시, 특정 조합만 남기고 정리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집니다.

  • 결국 청구항 전체를 다시 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초기에 몇 개 항을 줄이려다가, 중간 사건 대응에서 시간과 비용을 몇 배로 쓰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일본 특허 심사 청구비용의 증가 - 청구항 수에 따른 계단식구조
일본 특허 심사 청구비용의 증가 - 청구항 수에 따른 계단식구조

결국 핵심은 이것입니다.

문제는 번역이 아니라 구조 설계입니다.


아웃고잉 베테랑의 전략, 이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일본 실무에 익숙한 아웃고잉 전문 변리사들은 종종 청구항을 일본 스타일에 맞게 다시 정렬해 제출합니다. 앞의 모든 청구항을 폭넓게 인용하면서, 조합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출원인 입장에서 권리범위를 넓게 확보해주려는 것이니 매우 바람직한 시도였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넓게 묶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 멀티-멀티 위반 여부

  • 인용 트리의 깊이

  • 거절이유 대응 시 유지할 조합의 명확성

  • 심사청구 시점과 등록 시점의 청구항 수 차이

이 모든 것을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다중종속항은 여전히 유효한 전략 도구입니다.

다만 “일본은 다 허용한다”는 옛 감각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리스크가 커집니다.


출원 전에 반드시 점검할 것

일본 출원 전에는 최소한 다음은 확인해야 합니다.

  • 다중종속항이 다른 다중종속항을 인용하고 있지 않은가

  • 종속 구조가 지나치게 깊지는 않은가

  • 심사청구 시점의 청구항 수 기준으로 비용을 계산했는가

  • 등록 후 연차료까지 고려했는가

  • 일본 실무 기준에 맞는 구조 검토를 별도로 했는가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비용 절감이 아니라 구조 리스크를 떠안게 됩니다.


결론

일본은 특허명세서의 청구항 작성시 다중종속항을 허용하는 국가입니다.

그 점을 잘 활용하면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2022년 이후 멀티-멀티 금지 규정이 강화되면서, 과거의 관행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일본 특허에서 진짜 비용 절감은

청구항을 무리하게 묶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해 불필요한 보정을 막는 데서 시작됩니다.

베테랑의 감각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그 감각을 규정 변화에 맞게 업데이트할 때입니다.

박정규 변리사
박정규 변리사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 해외특허 20년 경력
국제특허 동천 대표변리사 · 아이피파트너 운영
Sha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