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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지재권 실무

    정부의 용병술에 박수를 보낸다 — 한국지식재산보호원과 지식재산처 이야기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특허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미리 지켜 온 기관이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다. 그 보호원의 수장이 곧바로 초대 지식재산처장으로 발탁됐다. 수출 기업의 해외 지재권 분쟁 현장을 오래 지켜본 한 변리사가, 이 인사를 정부의 탁월한 용병술이라 부르는 이유와, 그럼에도 한 가지 걱정과 제언을 담아 보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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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특허 동천
    Sep 04, 2026
    정부의 용병술에 박수를 보낸다 — 한국지식재산보호원과 지식재산처 이야기
    Contents
    우리 수출기업을 지켜 온 한 기관보호원장이 곧바로 처장이 됐다왜 이게 탁월한 용병술인가그럼에도, 걱정 한 가지그래서 드리는 제언마무리하며 — 일개 변리사의 소견

    이 긴 시리즈도 마지막 편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편에서 국가가 공격할 무기, 그러니까 블로킹 특허를 직접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늘은 그 반대쪽 날개,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얻어맞지 않도록 지켜 주는 방어 쪽 이야기로 시리즈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이번 편은 조금 결이 다릅니다. 추론이라기보다, 현장에서 오래 일해 온 한 사람의 소견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한 발 빼는 마음으로 적어보겠습니다.

    우리 수출기업을 지켜 온 한 기관

    먼저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라는 곳을 소개하겠습니다. 모르는 분이 많으실 거예요. 2010년대 이후,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수출을 늘려가면서 외국, 특히 미국에서 특허 소송으로 하도 얻어맞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보냈는데 현지에서 "당신 우리 특허 침해했다"며 발목을 잡히는 거죠. 보호원은 바로 그런 일을 미리 막아주기 위한 기관입니다. 수출 전에 위험한 특허가 없는지 분석해 주고, 분쟁이 생기면 어떻게 대응할지 컨설팅을 해주는, 말하자면 우리 기업의 방패 역할을 해온 곳입니다.

    제 이야기를 잠깐 보태자면, 저는 수출 기업의 해외 지식재산 분쟁 컨설팅을 오래 해왔고, 해마다 보호원 사업에 참여해 온 사람입니다. 그러니 오늘 이야기는 밖에서 구경하는 사람의 말이 아니라, 그 안에서 함께 일해 온 사람의 소견이라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해외 특허 분쟁에서 수출기업을 방패로 보호하는 개념 일러스트

    보호원장이 곧바로 처장이 됐다

    올해 우리나라 지식재산 행정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특허청이라는 청 단위였던 조직이, 한 단계 위인 처 단위로 승격해 지식재산처가 됐거든요. 국무총리 소속의 처로 올라선 겁니다. 그리고 이 개편의 핵심에는 지식재산 분쟁에 국가 차원에서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지식재산분쟁대응국'이라는 조직의 신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말 인상 깊게 본 건 그다음입니다. 이 새로운 지식재산처의 초대 수장으로, 다름 아닌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원장이던 김용선 처장이 곧바로 발탁됐거든요. 우리 기업을 지키는 보호 실무의 수장을, 그대로 국가 지식재산 정책의 최고 자리로 끌어올린 겁니다.

    저는 이 인사를 보고 정부의 용병술에 속으로 박수를 쳤습니다. 왜 그런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왜 이게 탁월한 용병술인가

    이런 자리에는 솔직히 정치권을 기웃대던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늘 따라붙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어요.

    김용선 처장의 이력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합니다. 미국 워싱턴대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행정고시로 공직에 들어와 특허청에서 국제협력과장, 대변인, 산업재산정책국장, 특허심판원 심판장을 거쳐 특허청 차장까지 지냈습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에서 국제 활동도 했고요. 한마디로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춘, 뼛속까지 지식재산 전문가입니다. 정치인도 낙하산도 아닌, 평생을 이 분야에 바쳐온 사람이라는 거죠.

    게다가 그가 직전에 맡았던 자리가 바로 우리 기업을 지키는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수장이었습니다. 분쟁의 최전선에서 우리 기업이 어떻게 얻어맞는지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을, 국가 지식재산 정책의 사령탑에 앉힌 겁니다. '지식재산분쟁대응국'을 새로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제가 이 인사를 높이 사는 건, 단지 전문가를 발탁했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 인사에는 우리 행정부가 수출 기업의 지식재산 보호를 얼마나 중요하게 보는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거든요. 수많은 지식재산 분야 가운데, 하필 우리 기업을 해외 분쟁에서 지켜온 보호 실무의 수장을 첫 사령탑으로 골랐다는 것. 이건 정부가 보호와 분쟁 대응을 국가의 핵심 어젠다로 삼겠다는 뜻을 인사로 보여준 셈입니다. 어떤 거창한 계획 발표보다, 누구를 그 자리에 앉히느냐가 정부의 진짜 우선순위를 더 정직하게 말해주잖아요.

    인공지능으로 인류 문명의 명운이 갈릴 이 중차대한 시기에, 그것도 청을 처로 승격시키는 것과 동시에, 국가가 수출 기업의 지재권 보호를 이렇게 무겁게 다루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 저는 이게 칭찬받아 마땅한 용병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출 전 예방부터 분쟁 대응, 정책 반영까지 흐름을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그럼에도, 걱정 한 가지

    다만 보호원의 앞날만 놓고 보면,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습니다. 이 시리즈 내내 이야기했듯, 앞으로 몇 년이면 인공지능이 특허라는 칼날을 훨씬 날카롭게 갈아놓을 겁니다. 침해 여부가 또렷이 드러나는 세상이 되면,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특허로 공격당했을 때 반격 자체가 극히 어려워질 공산이 큽니다.

    그러면 보호원이 정부 지원으로 컨설팅을 해드려도, 결론이 "이 시장에서는 철수하시는 게 낫겠습니다" 또는 "로열티를 무는 수밖에 없겠습니다"로 끝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예산을 집행하는 입장에서는 "정부 돈을 썼는데 결과가 이게 뭐냐, 대체 왜 한 거냐"는 말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건 보호원이나 담당자가 일을 못 해서가 아닙니다. 지형 자체가 그렇게 변해버려서 생기는 일이에요.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결과만 초라해 보이는, 그런 함정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제언

    그래서 아마도 몇년 후에는 분쟁이 터진 뒤에 수습하는 쪽보다, 수출하기 전에 미리 위험을 걸러내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자연스럽게 옮겨지지 않을까 봅니다. 앞서 이야기한 위험특허 분석과 회피설계, 그 사전 단계 말입니다. 분쟁이 벌어진 다음엔 손쓸 길이 좁지만, 나가기 전이라면 길을 바꿔 지뢰를 피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엔 묘한 역설이 있습니다. 수출전 사전 지재권 분석을 너무 잘하면, 분쟁이 아예 안 생깁니다. 그러면 밖에서 보기엔 그저 평화로운, 아무 일도 없는 세상처럼 보이죠. 그러면 또 "분쟁도 없는데 이런 데 왜 예산을 쓰냐"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건 마치 회사의 전산팀 같은 운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깁니다. 전산팀이 일을 잘하면 서버가 안 터지고 사고가 안 납니다. 그러면 경영진은 "고장도 안 나는데 팀을 왜 이렇게 크게 두냐"며 인력과 예산을 줄여버리죠. 그러다 정말로 서버가 터지고 개인정보가 새어 나간 다음에야 그 팀의 존재 이유를 깨닫습니다. 보호원도 똑같은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잘할수록 티가 안 나는, 그런 일이거든요.

    대한민국 정부와 정치권이 이런 측면도 있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를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마무리하며 — 일개 변리사의 소견

    그럼에도 저는,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지재권으로 얻어맞지 않도록 미리 지켜 주는 이 역할이 앞으로 더없이 중요해진다고 믿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오히려 더 그렇습니다. 비록 겉으로는 조용하고 소극적인 역할처럼 보일지라도,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지키는 일이니까요. 국민이, 적어도 정치권이 이 일의 가치를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견임을 전제로 말하자면, 우리 수출기업의 해외지재권 분쟁 예방과 대응에 필요한 지원 예산은 더 늘리고, 사업 내용 또한 한 단계 더 고도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컨설팅 결과물의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그걸 받쳐줄 양적인 뒷받침도 있어야 하니까요. 전문성을 보고 적임자를 그 자리에 앉힌 정부의 안목이, 이 방향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긴 시리즈를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인공지능이 특허 제도를 뒤흔드는 이야기로 시작해, 블로킹 특허를 만드는 법을 지나,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까지 왔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하나로 모입니다. 변화가 무섭게 빨라지는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가 무엇을 미리 준비해야 하느냐는 것이죠. 그 답을 찾는 데 이 글들이 작은 보탬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사업에 매년 참여하는, 일개 변리사의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박정규 변리사
    박정규 변리사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 해외특허 20년 경력
    국제특허 동천 대표변리사 · 아이피파트너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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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수출기업을 지켜 온 한 기관보호원장이 곧바로 처장이 됐다왜 이게 탁월한 용병술인가그럼에도, 걱정 한 가지그래서 드리는 제언마무리하며 — 일개 변리사의 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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