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국이 늘어날 땐 ‘마드리드’, 특정 국가만 간다면 ‘개별국’
해외 상표 전략은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향후 24개월간의 수출 지도’를 어떻게 그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앞으로 수출 지도가 계속 넓어지는 구조라면 상표도 유연하게 확장 가능한 마드리드 시스템이 유리합니다. 반면, 특정 국가에만 집중하는 구조라면 처음부터 국가별 맞춤 설계를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실무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수출국은 계속 늘어나는데 상표를 개별국 출원으로 진행하여 관리 포인트가 감당할 수 없이 늘어나는 경우
공략 국가는 이미 정해져 있는데 무리하게 마드리드로 진행했다가 기초상표가 거절되면서 해외 상표 전체가 위험해지는 경우
그래서 저는 의뢰인과 상담할 때 ‘사업의 확장 가능성’과 ‘기초상표의 안정성’을 가장 먼저 확인합니다. 아래에서는 제가 고객사마다 마드리드 국제상표와 개별국 상표출원 가운데 어느 쪽이 유리한지 판단할 때 사용하는 기준을 쉽게 풀어서 소개합니다.
마드리드 국제상표가 적합한 기업
마드리드 시스템의 핵심은 ‘한 번의 국제출원 절차로 다수의 지정국에 보호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주의할 점은 국제등록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나라에서 자동으로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각 지정국 특허청이 자국 법에 따라 심사를 진행하며, 이 과정에서 거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국제출원서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IPO(세계지식재산기구)에 직접 내는 것이 아니라, 본국 관청(한국 지식재산처)을 경유하여 제출하는 흐름을 가집니다.
지식재산처에서도 이러한 마드리드 시스템을 해외 상표 확보를 간소화하는 국제적인 제도로 소개하고 있습니다(지식재산처 마드리드 안내). 제가 실무적으로 마드리드 시스템이 특히 잘 맞는다고 판단하는 기업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출국이 “계속 늘어나는” 제품군
처음에는 동남아 2~3개국으로 시작하지만, 유통 채널이 확보되면 중동이나 유럽 등으로 빠르게 시장이 확장되는 경우입니다. 주로 화장품, 생활소비재, 패션·잡화, 캐릭터 굿즈, D2C 브랜드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기업의 전략은 보통 “일단 넓게 권리를 확보해 두고, 반응이 오는 국가에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표도 확장이 쉬운 방식을 택해야 합니다. 마드리드 제도는 국제등록 이후에도 원하는 국가를 추가(사후지정)할 수 있습니다. 사업의 확장 속도에 맞춰 상표 권리도 유연하게 따라갈 수 있는 것이죠. 저는 이 ‘국가 추가 지정 가능성(Subsequent Designation)’이야말로 실무상 가장 큰 장점이라고 봅니다(WIPO 마드리드 안내).
2) 진출 국가가 3개국 이상이거나, 내부 관리 인력이 부족한 팀
해외 상표는 출원 그 자체보다 ‘유지 관리’에서 실무자의 피로도가 급격히 높아집니다. 주소 변경, 명의 변경, 존속기간 갱신, 지정상품 정리 등의 이슈가 몇 년에 한 번씩 반드시 발생합니다. 만약 10개국에 개별로 출원했다면 10번의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관리가 분산되고 비용도 중복 발생합니다.
반면 마드리드는 국제등록 번호 하나를 중심으로 변경이나 갱신 업무를 일괄 처리할 수 있어 체감하는 행정 효율이 매우 높습니다.
Check Point
진출 국가의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리할 담당자’의 유무입니다. 전담 인력이 부족할수록 시스템을 단순화하여 리스크를 줄이는 쪽을 선택해야 합니다.
3) 상표 포트폴리오가 “브랜드군”으로 확장되는 기업
처음에는 메인 브랜드 하나로 시작하지만, 라인업이 늘어나면 서브 브랜드, 시리즈 명칭, 슬로건 등으로 상표가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출원 건수 자체가 많아지는 구조입니다.
이때의 핵심은 단순히 출원 1건의 비용을 아끼는 것이 아닙니다. ‘반복 업무의 누적 비용 절감’이 중요합니다. 서류 준비, 대리인 선임, 비용 납부 등의 반복적인 행정 소요를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길입니다.
마드리드 출원이 불리한 기업
마드리드 시스템이 만능열쇠는 아닙니다. 국가별로 전략을 다르게 짜야 하거나 개별적인 대응이 필수적인 경우라면 전통적인 개별국 출원(Direct Filing)이 훨씬 유리합니다.
1) 공략 국가가 1~2개로 명확히 고정된 기업 (인증·인허가형)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특정 산업재 등은 각국의 인증이나 인허가 장벽 때문에 판매 가능한 국가가 제한적입니다. 이런 기업들은 처음부터 해당 국가의 심사 기준과 상품 분류 관행에 맞춰 정밀하게 지정상품을 설계해야 안전합니다. 진출 국가 수가 적다면 마드리드의 ‘절차 일원화 장점’은 희석되고, 오히려 ‘국가별 맞춤 정밀 대응’이 등록의 성패를 가릅니다.
2) 기초상표(한국 출원/등록)가 아직 불안정한 기업
마드리드 국제출원은 본국(한국)의 ‘기초 출원 또는 기초 등록’에 운명을 같이하는 종속성을 가집니다. 이를 실무에서는 ‘집중 공격(Central Attack)’ 리스크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한국 상표가 거절되거나 무효가 되면, 그 범위만큼 해외 상표들도 같이 취소된다”는 뜻입니다.
국내에서 식별력 이슈가 있거나, 지정상품을 너무 넓게 잡아 거절될 가능성이 있는 상태라면, 저는 보통 “먼저 국내 권리를 완벽히 확보한 뒤” 마드리드를 진행하시거나 개별국 출원을 권해드립니다. 국내 권리가 불안한 상태에서 해외로 판을 벌리면 리스크가 전체로 전이될 수 있습니다.
3) 국가별로 “브랜드 표기(로고)”를 다르게 가져가야 하는 기업
어떤 국가는 영문 브랜드만으로 충분하지만, 중화권이나 중동 등 현지 문자가 중요한 시장에서는 현지어(중문, 아랍어 등)를 병기해야 마케팅과 분쟁 대응이 수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법적인 등록 요건이라기보다 ‘비즈니스 운영상의 필요’에 가깝습니다.
마드리드 시스템은 ‘동일한 상표를 여러 나라에 그대로’ 보내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국가별로 로고 형태나 언어 구성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면, 개별국 출원을 통해 각 국가에 맞는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더 깔끔합니다.
실무적인 선택 기준 5가지
상담 시 저는 아래 5가지 체크리스트를 통해 방향을 결정해 드립니다.
2년 안에 수출 국가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은가?
3개국 이상을 한 번에 커버해야 하는가? (5개국 이상이면 마드리드가 매우 유리합니다)
해외 상표의 변경/갱신을 관리할 전담 인력이 있는가?
한국 기초상표가 거절이나 무효 리스크 없이 안정적인가?
국가별로 상표(언어, 로고, 구성)를 다르게 변형해서 써야 하는가?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1·2번 질문에 “예”, 3번(전담 인력)에 “아니오”라고 답하셨고, 4번(기초상표)도 안정적이라면 마드리드 시스템이 효율적입니다. 반면 1번이 “아니오”이고, 5번처럼 국가별 변형이 필요하다면 개별국 출원이 더 빠르고 예측 가능합니다.
“앞으로 24개월의 수출 지도”로 결정하세요
여러 국가로 동시다발적인 수출이 일어나고 시장 확대가 용이한 제품이라면 마드리드 국제상표가 기본값이 됩니다. 반대로 인증이나 거래 구조상 특정 몇 개 국가만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면 개별국 출원이 흔들림 없는 선택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점은, 마드리드는 절차를 묶어 ‘관리’를 단순화해 줄 뿐, 각 지정국의 심사와 거절 대응은 결국 해당 국가의 법과 절차를 따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핵심 공략 국가가 뚜렷하다면, 해당 국가의 거절 가능성과 대응 전략까지 꼼꼼히 살피셔야 안전합니다.
결정이 어려울 때는 딱 하나의 질문만 던져보십시오. “우리 회사는 앞으로 24개월 동안 수출국이 계속 늘어나는 구조입니까?” 수출 지도가 계속 넓어지는 흐름이라면 상표도 마드리드가 맞고, 공략 범위가 이미 정해져 있다면 처음부터 맞춤 설계(개별국)가 정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