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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기업에게 특허는 '창'이 아니라 '방패'가 되어야 한다

    특허로 돈을 버는 이야기는 대부분의 기업과는 거리가 멀다. 인공지능이 침해 여부를 또렷이 가려내는 시대에는, 수출 기업이 남의 특허에 걸려 그 자리에서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기업에게 특허의 진짜 쓸모는 공격하는 창이 아니라 자기를 지키는 방패다. 위험특허 분석, 회피설계, 방어특허로 이어지는 기업 특허전략을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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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특허 동천
    Aug 28, 2026
    수출 기업에게 특허는 '창'이 아니라 '방패'가 되어야 한다
    Contents
    인공지능은 남의 칼날도 같이 갈아준다수출하다 그 자리에서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기업 특허전략은 세 단계 순서로 간다방어특허는 공격용 특허와 다르다같은 말을 뒤집으면 — 진짜 중요한 건 '출원'이 아니다정리하면

    지금까지 여러 편에 걸쳐 블로킹 특허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떤 특허가 살아남고, 살아남으면 값이 어떻게 부풀고, 오래 버티려면 무엇에 묶여야 하는지까지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 이야기들은 전부 특허로 돈을 버는 관점이었습니다. 특허를 팔거나 통행료를 받아내는, 말하자면 특허를 '창'으로 쓰는 이야기였죠.

    오늘은 시야를 보통 기업 쪽으로 돌려보겠습니다. 대부분의 기업한테 특허는 창이 아니라 다른 쓸모를 갖거든요. 늘 그래왔듯 한 번 짚고 가죠. 이 이야기는 인공지능으로 기술 발전에 가속이 붙는 세상을 전제로 한 추론이지 단정이 아닙니다.

    인공지능은 남의 칼날도 같이 갈아준다

    앞선 편에서,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어떤 제품이 어떤 특허를 침해하는지가 또렷이 드러난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안갯속에 있던 침해 여부가 거의 숫자로 보이는 시대가 온다고요. 이게 특허를 가진 쪽에는 반가운 이야기였습니다. 내 권리로 누구를 칠 수 있는지가 선명해지니까요.

    그런데 이 칼날은 양쪽으로 섭니다. 내가 남을 칠 수 있게 된다는 건, 남도 나를 그만큼 정확히 칠 수 있게 된다는 뜻이거든요. 인공지능은 내 칼날만 갈아주는 게 아니라, 나를 노리는 남의 칼날도 똑같이 갈아줍니다.

    수출 기업 입장에서 이게 특히 무섭습니다.

    수출 기업이 특허 방패로 소송 위험을 막는 미니멀 벡터 이미지

    수출하다 그 자리에서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

    우리 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 미국 같은 큰 시장에 진출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그 제품이 현지의 어떤 특허를 밟고 있는지 미처 모르고 들어갔어요. 예전 같으면 침해 여부가 안갯속이라, 들어가서 한참 장사하다 문제가 생겨도 시간을 끌며 다툴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침해가 또렷이 보이는 시대에는 다릅니다. 진출하자마자 "당신 이 특허 침해했네" 하고 정확히 들어옵니다. 빠져나갈 안개가 없으니 그 자리에서 사업을 멈춰야 할 수도 있어요. 어렵게 뚫은 시장에서 제품을 거둬들이거나, 무거운 통행료를 물거나. 둘 다 치명적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수출은, 칼날이 날카로워진 만큼 방어를 안 하면 그냥 당하는 게임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기업한테 특허는 공격용 창이기 전에, 자기를 지키는 방패여야 합니다.

    기업 특허전략은 세 단계 순서로 간다

    그럼 방패는 어떻게 두를까요. 순서가 있습니다. 세 단계예요.

    첫째, 위험특허 분석. 수출하기 전에, 우리 제품이 밟을 수 있는 남의 특허를 먼저 샅샅이 찾아냅니다. 우리가 들어가려는 시장에 어떤 지뢰가 깔려 있는지부터 훑는 거죠. 이게 안 돼 있으면 나머지가 다 소용없습니다.

    둘째, 회피설계. 그렇게 찾아낸 위험특허를 피해 가도록 제품 설계를 바꿉니다. 지뢰가 어디 있는지 알았으니, 그걸 밟지 않게 길을 트는 거예요. 같은 기능을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든, 문제가 되는 부분을 덜어내든 해서 남의 권리에 안 걸리게 만듭니다.

    셋째, 방어특허로 두르기. 그렇게 회피해서 새로 만든 설계를 이번엔 우리 특허로 둘러둡니다. 우리 제품에 담긴 아이디어를 특허로 공개하고 최소한의 권리를 확보해서, 안전하게 시장에 들어갈 발판을 만드는 거죠.

    위험특허 분석-회피설계-방어특허로 이어지는 3단계 특허 전략 인포그래픽

    방어특허는 공격용 특허와 다르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야 합니다. 방어특허는 앞에서 이야기한 블로킹 특허, 그러니까 넓게 권리를 깔아 경쟁자를 견제하는 공격형 특허와 성격이 다릅니다.

    방어특허는 남을 치려고 만드는 게 아닙니다. 우리 제품에 들어간 아이디어를 특허로 공개해서 남이 그걸로 우리를 못 치게 막고, 우리가 안전하게 시장에 진출할 길을 확보하는, 소극적이고 최소한의 조치예요. 창이 먼저 값을 받아내려는 것이라면, 방어특허는 맞지 않으려고 두르는 갑옷에 가깝습니다. 대부분의 기업한테 필요한 건 바로 이 갑옷입니다.

    같은 말을 뒤집으면 — 진짜 중요한 건 '출원'이 아니다

    자,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뒤집어 드리겠습니다. 방금 세 단계를 봤는데, 사람들은 보통 마지막 단계인 특허 출원을 제일 중요하게 여깁니다. 특허라고 하면 으레 "출원해서 등록받는 것"을 떠올리니까요.

    그런데 진짜 가치는 앞 두 단계에서 나옵니다. 위험특허 분석과 회피설계요. 우리가 어떤 지뢰밭에 들어가는지 정확히 읽어내고, 그 지뢰를 피해 설계를 다시 짜는 일. 이게 기업의 운명을 가릅니다. 출원은 그 결과물을 굳히는 마지막 손질일 뿐이에요. 앞 단계가 부실하면, 아무리 출원을 많이 해도 정작 밟지 말아야 할 지뢰를 그대로 밟고 들어가는 겁니다.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에는 이 앞 단계가 엄청나게 중요해집니다. 침해가 또렷이 보이는 만큼, 들어가기 전에 위험을 읽고 피하는 일의 무게가 비교할 수 없이 커지거든요. 앞으로 기업 특허전략의 승부는 출원 건수가 아니라, 이 분석과 회피설계의 수준에서 갈릴 겁니다.

    정리하면

    지금까지의 블로킹 특허 이야기는 특허로 돈을 버는, 특허를 창으로 쓰는 관점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에게 특허의 진짜 쓸모는 창이 아니라 방패입니다. 인공지능이 침해를 또렷이 가려내는 시대에는 수출하다 그 자리에서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어서, 위험특허 분석으로 지뢰를 찾고, 회피설계로 피하고, 방어특허로 두르는 세 단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진짜 가치는 출원이 아니라 앞단계의 분석과 회피설계에서 나옵니다.

    혹시 우리 회사가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는데 이 앞 단계, 그러니까 위험특허 분석이나 회피설계가 막막하시다면, 그 부분이 바로 저희가 오래 해온 일입니다. 편하게 연락 주셔도 좋습니다.

    여기까지가 기업 입장에서 본 인공지능 시대의 특허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걸 한 단계 더 끌어올리면 흥미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개별 기업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는, 이 모든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사실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거의 유일한 길이 여기 숨어 있거든요.

    다음 편에서는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국가의 지식재산 전략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말입니다.

    박정규 변리사
    박정규 변리사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 해외특허 20년 경력
    국제특허 동천 대표변리사 · 아이피파트너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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