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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준특허란 무엇인가, 누가 어떻게 만드는 걸까

    수출만 했을 뿐인데 갑자기 로열티를 내라는 경고장이 날아옵니다. 표준특허(SEP) 때문인데요. 표준과 표준특허, FRAND가 뭐가 다른지, 표준은 누가 정하고 그 표준에 걸리는 특허는 어떻게 찾는지, AI가 이 판을 어떻게 바꿀지까지 쉽게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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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특허 동천
    Jul 10, 2026
    표준특허란 무엇인가, 누가 어떻게 만드는 걸까
    Contents
    표준특허라는 말부터 정리하고 가죠그럼 표준은 누가 정하나요?표준에 걸리는 특허는 어떻게 찾나요?프랜드는 또 뭔가요그럼 인공지능이 들어오면 뭐가 달라질까요

    미국에 멀쩡히 수출만 하던 기업의 특허팀이 어느 날 갑자기 경고장을 받습니다. "당신네가 쓰는 그 기술은 표준특허라서 로열티를 내야 한다"는 거죠. 드문 일이 아닙니다.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일인데요.

    이게 표준특허가 걸린 사안이면 따지고 분석할 것도 별로 없습니다. 거의 정해진 흐름으로 흘러가거든요. "그 기술은 표준이라 어차피 안 쓸 수가 없습니다", "표준특허라서 프랜드(FRAND)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내야 하는 이 돈이 합리적인 금액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보통 이 세 마디로 정리가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표준, 표준특허, 그리고 프랜드는 사실 서로 다른 개념입니다. 현장에서는 이 셋이 한 덩어리로 뭉뚱그려지면서 오해가 생기곤 하는데요. 오늘은 표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그 표준에 '걸리는' 특허는 어떻게 찾아내는지,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이 이 판을 어떻게 흔들지까지 한 번에 정리해보겠습니다.

    표준특허라는 말부터 정리하고 가죠

    먼저 용어부터 깔끔하게 갈라놓으면 나머지가 쉬워집니다.

    표준이라는 건, 여러 회사가 만든 제품이 서로 호환되도록 "이렇게 만들자"고 합의해둔 기술 규격입니다. 와이파이를 떠올리면 쉬운데요. 어느 회사 공유기를 사든 어느 회사 노트북이든 척 붙으면 인터넷이 되잖아요. 그게 다 같은 규격을 따르기로 약속했기 때문이거든요.

    표준특허는 그 표준을 그대로 구현하려고 하면 도저히 피할 수 없이, 필연적으로 쓰게 되는 특허를 말합니다. 영어로는 SEP(Standard Essential Patent)라고 하고요. 그러니까 "표준특허"라고 뭉뚱그려 말할 때 실무에서는 대개 이 표준필수특허를 가리키는 겁니다.

    표준특허란 무엇인가, 누가 어떻게 만드는 걸까 관련 인포그래픽

    그럼 표준은 누가 정하나요?

    표준은 보통 표준화기구라는 곳에서 정해집니다. 기업, 대학, 연구소, 기관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문서로 합의를 봐가며 만드는 거죠.

    예전에 제가 핸들링했던 MPEG 사례를 가지고 설명해보겠습니다. 제가 표준을 정하는 자리에 들어간 건 아니고요, 그 표준 때문에 로열티를 물게 된 수출기업을 컨설팅했던 거였어요. MPEG는 영상이나 멀티미디어를 압축하는 표준을 만드는 그룹입니다. 동영상 파일 확장자에서 한 번쯤 보셨을 그 MPEG이 맞습니다.

    표준이 만들어지는 순서는 대략 이렇습니다. 먼저 "이런 표준 하나 만들자"는 제안이 들어와서 승인을 받습니다. 그다음 초안을 잡고요. 기술이 어느 정도 모이면 회원사나 외부에 "관련 기술 있으면 내보세요" 하고 공모를 합니다. 그렇게 들어온 기술들을 놓고 토론하고, 시험해보고, 투표하고를 몇 단계씩 반복하면서 문서가 점점 굳어집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겁니다. 표준은 어느 한 회사의 기술이 아니라는 거죠. 여러 회사의 제안이 들어오고, 그걸 토론하고 투표해서 문서로 고정시키는 겁니다. 여러 사람의 기술이 모여서 하나의 규격이 되는 거예요.

    표준특허란 무엇인가, 누가 어떻게 만드는 걸까 관련 일러스트

    표준에 걸리는 특허는 어떻게 찾나요?

    자, 여기서부터가 본게임입니다. 표준이 정해졌다고 해서 "이 표준에 걸리는 특허는 이것들입니다" 하는 목록이 깔끔하게 정리돼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찾아 들어가는 길이 여러 갈래인데, 각각 한계가 있어요.

    첫째는 표준화기구가 운영하는 자기신고 데이터베이스입니다. 통신 분야의 ETSI가 대표적인데요. "우리 특허가 이 표준에 필수적인 것 같다" 싶으면 권리자가 직접 신고하도록 해두고, 그걸 검색할 수 있게 공개해둡니다. 그런데 이게 말 그대로 자기신고예요. 진짜 필수적인 특허가 맞는지 기구가 일일이 검증해주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실제론 필수적이지 않은데도 일단 신고부터 해두는 과다 선언 문제가 늘 따라다닙니다.

    둘째는 WIPO의 통합 검색 같은 도구입니다. 여러 표준화기구의 신고 정보를 한자리에서 찾아볼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셋째는 특허풀입니다. MPEG 계열이 대표적으로 이 방식을 많이 썼는데요. 여러 권리자의 표준특허를 한곳에 모아서 "여기 들어오면 한 번에 라이선스 받을 수 있습니다" 하고 묶어 파는 모델입니다. 특허풀의 강점은, 풀에 들어가려면 보통 "이 특허가 정말 표준에 필수적인가"를 평가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특허 청구항이 표준의 어느 부분과 맞아떨어지는지를 짚어주는 표가 핵심 도구로 쓰입니다.

    결국 실무에서는 이 셋을 같이 봅니다. 신고 데이터베이스로 빠르고 넓게 훑되 과다 선언은 걸러내고, 특허풀은 좁지만 검증이 빡센 대신 풀 밖에 있는 필수특허는 놓칠 수 있다는 걸 감안하고요. 마지막엔 결국 사람이 직접 청구항과 표준을 한 줄 한 줄 대조해서 진짜 필수적인지를 따져야 합니다.

    표준특허란 무엇인가, 누가 어떻게 만드는 걸까 관련 도식

    프랜드는 또 뭔가요

    표준필수특허를 가진 권리자는 보통 표준화기구의 정책에 따라 한 가지 약속을 합니다. "내 특허가 이 표준에 필수적이라면,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차별 없는 조건으로 라이선스해주겠다"는 약속이죠. 이걸 앞글자만 따서 프랜드(FRAND)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오해 두 개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하나, 프랜드는 공짜라는 뜻이 아닙니다. "합리적인 조건으로는 빌려줘야 한다"는 게임 규칙에 가까워요. 돈은 내야 합니다.

    둘, 그래서 표준특허 분쟁은 "침해냐 아니냐"만 가지고 싸우지 않습니다. "이 로열티 금액이 정말 합리적이고 차별이 없는 거냐"를 두고 싸움이 한 단계 더 넓어집니다. 처음에 받은 경고장에서 기업이 "이 돈이 합리적인지 모르겠다"고 했던 게 바로 이 지점이죠.

    그럼 인공지능이 들어오면 뭐가 달라질까요

    여기서부터가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인데요.

    가장 먼저 바뀌는 건 속도입니다. 수백, 수천 페이지짜리 표준 문서와 특허 청구항을 사람이 일일이 맞춰보는 건 원래 돈도 시간도 많이 드는 작업이거든요. 그래서 연구기관이나 정책기관도 이 작업을 자동화하는 쪽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생성형 인공지능을 써서 5G 특허가 표준에 필수적인지를 평가해보는 연구도 나오고 있고요.

    다만 같은 말을 뒤집으면, 완전 자동 판정은 당분간 어렵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떤 특허가 표준에 필수적인지를 가리는 일은 청구항을 법적으로 해석하고, 표준에서 진짜 빠질 수 없는 요구사항이 뭔지 기술적으로 파악하고, 이 둘을 한 줄씩 맞춰보는 작업이 다 합쳐진 문제거든요. 코딩으로 치면 입력만 넣으면 답이 딱 떨어지는 함수가 아니라, 중간중간 사람이 판단을 끼워넣어야 하는 구조에 가까워요. 그래서 학계에서도 "인공지능이 유망하긴 한데 사람을 곧장 대체하긴 어렵다"는 쪽이 많습니다.

    현실적인 그림은 이렇게 잡힙니다. 인공지능은 표준 문서에서 관련 있어 보이는 대목을 후보로 추려주고, 청구항을 잘게 쪼개서 "여기랑 여기가 맞을 것 같다"고 제안하고, 과거의 비슷한 사례를 참고해서 우선순위를 매겨줍니다. 그리고 사람은 그 후보들을 받아서 최종 대조표를 확정하고, 필수성 판단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고, 라이선스를 받을지 무효로 다툴지 같은 분쟁 전략을 짭니다. 잘하는 영역이 서로 다른 거죠.

    그런데 사실 표준을 세우고 거기 걸리는 특허를 찾는 일로만 한정하면, 인공지능의 역할은 생각보다 제한적입니다. 진짜 흥미로운 건 다른 쪽이거든요. 기술이 어디로 갈지 로드맵을 예측하고, 앞으로 쏟아질 핵심특허들을 미리 만들어내는 과정. 여기서 인공지능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는, 다음 글들에서 천천히 풀어보겠습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박정규 변리사
    박정규 변리사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 해외특허 20년 경력
    국제특허 동천 대표변리사 · 아이피파트너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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