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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허의 미래

    돈되는 특허는 따로 있다, 밖에서 보여야 돈이 된다

    아무리 좋은 특허라도 상대가 내 청구항대로 쓰고 있다는 걸 증명하지 못하면 돈이 되지 않습니다. 속이 안 보이는 알고리즘 특허가 왜 헐값이 되는지, 그리고 밖에서 보이는 형태로 권리를 거는 청구항 작성법과 나라별 차이까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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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규 변리사
    Aug 10, 2026
    돈되는 특허는 따로 있다, 밖에서 보여야 돈이 된다
    Contents
    베낀 걸 증명하는 건 특허권자의 몫입니다미국에는 증거개시가 있지만, 비싸고 길고 불확실합니다한국, 유럽, 일본에서는 사정이 더 나쁩니다밖에서 보이는 형태는 다섯 가지 정도입니다독립항은 무엇을(what), 종속항은 어떻게(how)보이는 청구항과 모을 수 있는 증거는 다른 문제입니다

    좋은 길목을 골라서 특허를 받는 이야기는 ‘아무도 못 피하는 특허가 있다’와 ‘길목은 위치, 발명은 마찰에서 나온다’에서 다뤘는데요. 그런데, 좋은 특허를 잘 받아냈다고 끝이 아닙니다. 그 특허로 실제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지, 누가 그 특허를 사 가려고 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거든요. 실무에서 특허 가치평가나 매각 상담을 하다 보면, 기술적으로는 정말 훌륭한데 막상 팔려고 하니 아무도 제값을 쳐주지 않는 특허를 자주 봅니다. 대부분 이유가 같습니다. 침해를 밖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는 특허라서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함정이 무엇인지, 그리고 처음 청구항을 쓸 때부터 어떻게 피해 가야 하는지를 설명드리겠습니다.

    베낀 걸 증명하는 건 특허권자의 몫입니다

    먼저 깔고 갈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특허의 권리범위는 청구항이라는 문장으로 정해지고, 누군가 그 청구항에 적힌 대로 만들거나 작동시키면 침해가 됩니다. 그런데, 침해를 증명할 책임은 특허권자에게 있습니다. "저 회사가 내 특허를 쓰고 있다"고 주장하려면, 저 회사 제품이 내 청구항의 구성요소를 하나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입증해야 하는 거죠. 상대가 "안 썼다"를 증명해 주는 게 아닙니다. 말로는 당연한 얘기 같은데, 소프트웨어 특허에서는 이게 굉장히 큰 벽이 됩니다.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은 제품 안에서 안 보이게 돌아갑니다. 로봇이 팔을 들고 물건을 집고 사람을 피하는 건 밖에서 다 보이는데요, 그 안에서 어떤 계산으로 그렇게 움직였는지는 밖에서 알 수가 없습니다. 똑같이 팔을 들어도 A 방식으로 계산했는지 B 방식으로 계산했는지, 겉만 봐서는 구별이 안 되거든요. 그러니 "아무래도 우리 방식을 베낀 것 같다"는 심증이 있어도, 소송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냥 추측일 뿐입니다.


    미국에는 증거개시가 있지만, 비싸고 길고 불확실합니다

    그럼 속이 안 보이는 알고리즘 침해는 어떻게 증명하느냐. 미국이라면 방법이 있긴 합니다. 증거개시, 영어로 디스커버리(discovery)라고 하는 절차인데요,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이 가진 설계도, 소스코드, 내부 문서를 법적으로 강제로 열어보게 하는 제도입니다. 미국 특허소송이 무섭다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그런데, 디스커버리는 소송에 들어가야 열립니다. 그리고 미국 특허소송은 비싸고, 길고, 결과가 불확실합니다. 큰돈을 들여 소장을 내고 디스커버리까지 갔는데, 막상 상대 소스코드를 열어보니 다른 방식으로 구현되어 있더라. 이러면 소송비만 날리고 끝입니다. 패를 확인하려면 판돈부터 걸어야 하는 구조인 거죠.

    이 불확실성은 특허 가격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특허를 사 모아서 권리를 행사하는 전문 기업들, 업계에서 NPE라고 부르는 곳들이 특허를 살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입증 가능성입니다. 이들은 매입 검토 단계에서 청구항과 상대 제품을 한 줄씩 맞대어 보는 표(클레임 차트)부터 만드는데요, 청구항의 핵심 구성이 "내부에서 이렇게 계산한다"로 되어 있으면 그 칸을 채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특허는 아예 안 사거나, 사더라도 값을 확 후려칩니다. 도박성 자산을 비싸게 살 사람은 없으니까요.

    참고로, 이런 사정 때문에 현장에서는 말도 조심하게 됩니다. 기업에서 경쟁사 특허 침해 여부를 물어오면, 경험 있는 변리사는 어지간해서는 "이건 침해입니다"라고 딱 잘라 말하지 않습니다. 뚜껑을 열기 전에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으니, "면밀히 분석할 핵심특허입니다" 정도로 무게는 실어주되 여지를 남겨두는 거죠. 보이지 않는 부분이 들어간 특허를 다룰 때의 신중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국, 유럽, 일본에서는 사정이 더 나쁩니다

    미국은 그래도 디스커버리라는 수단이라도 있습니다. 내부 로직으로 한정한 청구항도 소송까지 가면 어찌어찌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얘기죠. 물론, 그 경우에도 특허를 팔거나 라이선스를 협상하는 첫 관문은 여전히 클레임 차트라서, 밖에서 채울 수 없는 칸이 있으면 값이 깎이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유럽, 일본은 증거를 강제로 모을 수 있는 수단이 미국에 비해 훨씬 약합니다. 제도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상대 회사의 소스코드를 통째로 들여다보는 수준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나라들에서 "내부 판단 근거"나 "학습 방법"으로 한정된 청구항은 사실상 쓸모가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등록은 받았는데 행사할 방법이 없는 특허가 되는 거죠. 수출 기업이 유럽이나 일본에서 권리를 확보하려 한다면, 처음부터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청구항을 설계해야 합니다. PCT 국제출원 때 청구항을 국가별로 손봐야 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입니다.


    밖에서 보이는 형태는 다섯 가지 정도입니다

    그럼 "밖에서 보인다"는 게 구체적으로 뭘까요. 제 경험상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밖에서 보이는 형태

    무엇을 보면 확인되나

    예시

    주고받는 데이터

    파일 형식, API, 통신 프로토콜, 메시지 구조. 파일을 열어보면 보임

    기기가 서버로 보내는 로그 파일의 항목 구성

    물리적 거동

    제품을 사서 계측하면 나오는 시간·공간 특성

    충돌 직전 로봇 팔의 감속 패턴, 충전 시 전류 변화

    구조물

    분해, 촬영, CT로 보이는 배치

    배터리 셀과 냉각 채널의 배치

    규제가 남기게 하는 기록

    인증 문서, 의무 로그, 공개 문서

    인증 신청 때 제출하는 시험 기록 항목

    시스템 결합 구조

    SDK 문서, API 문서, 개발자 발표에서 보이는 계층·모듈 경계

    특정 판단 모듈이 별도 프로세스로 분리되어 있는 구조

    마지막 시스템 결합 구조는 좀 특이한데요, 알고리즘을 통째로 바꿔도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면입니다. 내부 계산 방식은 버전마다 바뀌어도, 어떤 모듈이 어떤 모듈에 무엇을 넘겨주는지는 잘 안 바뀌거든요. 다만, 이건 누가 먼저 잡느냐가 전부라서 이미 업계에 굳어진 구조라면 소용이 없습니다.

    반대로 밖에서 안 보이는 것도 정리해 두면, 모델 내부의 가중치, 학습 방법, 손실 함수, 판단의 내부 근거, 튜닝 값이 어디서 나왔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걸 청구항의 특징부에 걸어두면 등록은 받아도 행사할 때 죽습니다.

    표: 침해를 밖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다섯 가지 형태와 확인 방법

    독립항은 무엇을(what), 종속항은 어떻게(how)

    그래서 저희가 청구항을 짤 때 쓰는 원칙이 있습니다. 독립항은 밖에서 보이는 결과, 즉 "무엇을 하는가"로 쓰고, 그걸 내부에서 "어떻게 계산하는가"는 종속항으로 내립니다. 예를 들어서, 로봇이 사람에게 다가갈 때의 동작에 관한 발명이라면, 독립항에는 "사람과의 거리가 줄어드는 구간에서 관절 속도를 이러이러한 패턴으로 바꾼다"처럼 계측하면 확인되는 거동을 쓰고, 그 패턴을 어떤 모델로 계산하는지는 종속항으로 깔아둡니다. 독립항이 침해 입증을 맡고, 종속항은 심사 과정에서 진보성을 방어하거나 나중에 매수자가 가치를 따질 때 쓰는 재료가 되는 거죠.

    한 단계 더 들어가면, 고수의 한 수가 나옵니다. 밖에서 보이는 행동에 권리를 걸되, 그 행동이 나오려면 반드시 특정 내부 방식을 쓸 수밖에 없도록 청구항과 명세서를 엮어두는 겁니다. "이런 거동이 관측되었다면 내부적으로 이런 처리를 하고 있다"는 다리를 놓는 건데요, 이 다리가 튼튼하면 안 보이는 알고리즘까지 겉모습으로 잡아낼 수 있습니다. 대신에, 그 연결이 물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필연이라는 근거를 명세서에 꼼꼼히 심어둬야 합니다. 말로만 연결하면 상대가 "다른 방식으로도 같은 거동이 나온다"는 반례 하나로 깨버립니다.

    심사관이 선행기술을 들이밀어서 청구항을 좁혀야 할 때도 방향이 중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막히면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그 값을 계산하는 근거, 판단 기준, 학습 방법으로 한정을 더하는 거죠. 그러면 등록은 되는데 아무도 침해를 증명할 수 없는 특허가 됩니다. 막혔을 때는 바깥쪽으로 물러나야 합니다. 그 값이 기록되거나 전송되는 형태, 제어가 만들어내는 거동, 학습 결과가 받아들이는 입력 데이터의 구조 같은 쪽으로요. 같은 좁히기라도 방향에 따라 특허의 운명이 갈립니다.


    보이는 청구항과 모을 수 있는 증거는 다른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짚어두겠습니다. 청구항이 관측 가능하다는 것과, 그 증거를 실제로 모을 수 있다는 것은 별개입니다. 예를 들어서, 청구항이 산업용 장비의 특정 거동으로 되어 있다고 합시다. 원리적으로는 계측하면 보이는 거동이 맞습니다. 그런데 그 장비가 한 대에 수억 원이고, 공장에 설치해야만 돌아가고, 일반에 판매되지도 않는다면요? 관측 가능하긴 한데 현실적으로 증거를 손에 넣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청구항을 검토할 때 질문을 두 번 던집니다. 처음은 "이 청구항, 밖에서 보이나?"이고, 다음은 "그 증거를 실제로 어디서 구하나?"입니다. 웹에 공개된 문서나 매뉴얼로 확인되는지, 시중에서 제품을 사서 분해하거나 계측할 수 있는지, 인증 문서처럼 공개가 강제되는 자료가 있는지. 이 중 하나라도 확실하면 그 특허는 클레임 차트를 채울 수 있는 특허가 됩니다. 셋 다 막혀 있으면, 보이는 청구항이라도 실전에서는 안 보이는 특허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특허의 값은 발명이 얼마나 대단하냐보다, 침해를 얼마나 싸고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느냐에 크게 좌우됩니다. 이렇게 밖에서 보이게 걸어둔 권리를 진보성 공격에도 버티도록 다듬는 방법은 ‘블로킹 특허의 마지막 단추는 변리사의 천재성이다’에서 용접기 예시로 설명드렸고, 후보가 이 관측 단계에서 어떻게 걸러지는지는 ‘블로킹 특허 후보가 죽는 네 가지 이유’를 읽어주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미 보유하고 계신 특허가 실제로 행사 가능한 형태인지, 혹은 준비 중인 해외출원의 청구항이 미국과 유럽·일본에서 각각 증명 가능한 구조인지 궁금하시다면, 특허번호나 출원번호를 남겨주시면 검토해 드리겠습니다. 등록 이후에는 손댈 수 있는 범위가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출원 전이나 해외 진입 전에 한번 점검해 보시는 걸 권합니다.

    박정규 변리사
    박정규 변리사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 해외특허 20년 경력
    국제특허 동천 대표변리사 · 아이피파트너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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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낀 걸 증명하는 건 특허권자의 몫입니다미국에는 증거개시가 있지만, 비싸고 길고 불확실합니다한국, 유럽, 일본에서는 사정이 더 나쁩니다밖에서 보이는 형태는 다섯 가지 정도입니다독립항은 무엇을(what), 종속항은 어떻게(how)보이는 청구항과 모을 수 있는 증거는 다른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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