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 통지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할 일
마드리드 국제상표로 여러 국가를 지정해 출원하다 보면, 일부 국가에서 “보호할 수 없다”는 통지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실무에서는 이를 보통 “직권 가거절 통지”라고 부릅니다.
이 단계에서 해외 상표 경험이 충분치 않은 초보 변리사들은 바로 현지 로펌을 선임부터 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거절이유를 구조적으로 나눠보는 겁니다.
이 거절이 아예 뒤집을 수 없는 사안인지, 아니면 보정이나 의견서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사안인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이 분류가 어긋나면, 시간과 비용이 같은 방향으로 계속 새어 나갑니다.
거절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철수형, 구조적으로 막혀 있는 경우
철수형은 해당 국가의 법제나 문화적 기준 때문에 상표 자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입니다. 논리를 잘 써도 결과가 바뀌지 않는 타입입니다.
예를 들면, 특정 국가에서 유명 인물이나 저명한 예술가와 유사한 명칭은 원천적으로 등록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화장품 브랜드 “RODINIO”가 몇몇 국가에서 조각가 “RODIN”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거절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는 첫 다섯 글자가 동일하기 때문에 거절한다는 거절이유가 덧붙여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유형은 결론이 비교적 명확합니다. 현지로펌이 아무리 의견서를 정성들여서 쓴다고 하여도 심사관이 자신의 판단을 뒤집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즉, 비용을 지출해보아도 결과가 바뀌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실무적으로는 브랜드 변경 후 재출원 또는 상표권 확보 없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수출을 진행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가 됩니다.
극복형, 보정과 설명의 문제인 경우
반면 상당수 거절이유는 극복형에 속합니다. 상표가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해당 국가 실무에 맞는 설명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미국에서는 상표의 의미, 색상, 로고 구성에 대한 설명을 더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통지가 자주 나옵니다. 베트남에서는 지정상품명이 현지 분류 기준에 맞지 않아 수정 요청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안은 보정이나 의견서를 통해 등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핵심은 “상표가 안 된다”가 아니라 “지금 상태로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을 정확히 읽어내는 것입니다.
대응은 결국 지정국 국가별 절차입니다
마드리드 국제상표는 WIPO를 통해 출원하지만, 거절이유 대응 단계부터는 각 지정국의 국내 절차로 넘어갑니다. 이때 현지 로펌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집니다.
문제는 여기서 비용 계산이 급격히 흔들린다는 점입니다. 국가가 많을수록 소액 비용이 여러 번 반복되고, 단순한 사안에도 과도한 대응 비용이 붙는 경우가 생깁니다. 특히 극복형인데도 불필요하게 논점을 키우는 흐름이 나오면, 결과 대비 비용이 맞지 않게 됩니다.
실무에서 비용과 결과를 같이 보는 방식
지정국 심사과정에서 거절이유가 지적된 경우,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극복이 가능한 경우인지 그렇지 않은 경우인지를, 마드리드 국제상표를 핸들링하고 있는 담당 변리사가 명확하게 선을 그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험이 쌓이다보면 현지로펌에 끌려다니지 않고 어느 방향으로 진행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아무래도 아웃고잉 사건의 경험이 많은 실무 변리사가 사건을 핸들링하는 것이 매끄러운 진행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또 한가지 더 고려할 점은 국가마다 상표심사 실무의 난이도, 절차의 복잡성이 조금씩 다르고 이에 따라 현지로펌의 대응 비용이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마드리드 국제상표를 핸들링하고 있는 국내 특허법인이 각 국가별로 장기적으로 거래해오고 있는 믿을만한 로펌들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거래하는 로펌이 없는 국가에서 거절이유가 통지된 경우, 단지 의견서 작성을 부탁할 현지로펌을 수배해야 하는데 보통은 이런 귀찮은 단발성 사건이면 비용을 매우 높게 부르거나, 결과가 어찌되어도 상관없기 때문에 성의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약하자면, 여러 국가의 마드리드 거절 대응 경험을 가진 특허법인이 등록가능 여부와 비용의 관점에서 교통정리를 하고, 예산과 필요성 여부를 감안하여 필요한 국가에만 현지 로펌을 붙이는 방식이 비용과 결과 모두에서 안정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극복형 사건을 과도하게 키우지 않고, 철수형은 빠르게 정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거절 통지는 실패가 아니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하는 지점입니다
마드리드 출원에서 거절 통지(또는 우리식으로 의견제출통지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를 받았다고 해서, 그 자체로 실패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통지를 받았을 때의 대응 방향입니다.
이 거절이 살릴 수 있는 사안인지, 아니면 접는 게 맞는 사안인지, 지금 판단해야 하는 분기점인지. 이 세 가지만 정확히 나누면, 같은 거절 통지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집니다. 등록으로 이어질 건 이어지고, 안 되는 건 빠르게 정리됩니다. 그렇게 아낀 자원이 다음 국가, 다음 브랜드의 성공 확률을 높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