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해외 지재권 업무를 주로 하게 된 이유

국제특허 동천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규 대표 변리사가 해외 지재권 업무에 집중하게 된 계기와, 미국과 중국에서의 지재권 분쟁을 겪으면서 가지게 된 문제의식을 정리했습니다.
제가 해외 지재권 업무를 주로 하게 된 이유

아웃고잉 업무를 주로 하게 된 사연

박정규 변리사입니다.

국제특허 동천 대표변리사로, 현재는 해외 지재권업무 위주로 일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말하는 소위 아웃고잉(국내 기업의 해외 지재권 확보) 업무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변리사가 되었지만, 처음부터 해외 지재권을 전문으로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방향을 갖게 된 데에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겨우 이런 특허로 로열티를 받겠다고?” — 처음 마주한 미국 특허소송

2012년 무렵, 모 유명 게임 소프트웨어 회사의 메인 대리인으로 일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미국에서 특허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처음 그 미국특허를 검토했을 때의 어이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특허가 등록이 되었지?”

권리범위는 비정상적으로 넓어 보였고, 선수라면 무효사유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겠다 싶은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웠던 것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그 특허를 기반으로 글로벌 게임 퍼블리셔들을 상대로 동시다발적인 소송이 제기가 된 상태였는데, 단 한차례의 회의 끝에 싱겁게 합의가 되었던 것입니다.

당시 미국 특허소송은 연간 30억 가량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1년치 소송비용은 고사하고, 미국 특허무효심판 비용에도 크게 못미치는 극히 낮은 금액에 합의가 된 사례였습니다.

특허권자 또한 무효사유가 명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애당초 법정에서 다투는 비용보다도 훨씬 낮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었구나 생각했더랩니다.

특허를 이용한 비지니스가 미국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모습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 특허소송을 처음 마주한 장면을 상징적으로 그린 일러스트
미국 특허소송을 처음 마주한 장면을 상징적으로 그린 일러스트

2010년대 중반, 미국 특허분쟁을 직접 겪으며 깨달은 것

2010년대 초반부터 중반에 이르면서 이른바 특허괴물, NPE 소송이 급증했습니다.

아이리버를 비롯한 국내 MP3 플레이어, PMP 기업들이 미국에서 연이어 특허소송을 당했고, 저 역시 그 대응 업무를 직접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사건을 다루면서 점점 더 분명해진 것이 있었습니다.

사전에 충분한 준비 없이 미국에 수출하다가는 특허괴물들에게 소송을 당해 로열티를 뜯기거나, 아니면 미국내 경쟁자들에 의해 소송을 당해서 수출이 좌절되는 일이 너무 흔하게 발생하는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소송이 시작된 뒤에 대응하는 것보다, 애초에 해외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그 무렵부터 제 관심은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모였습니다.

우리 수출기업들이 해외에서 안전하게 시장 진입을 할 수 있도록 잠재적인 지재권 위협을 사전에 분석하고, 지재권을 사전에 확보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하는 것, 그것이 우리 수출기업의 당면과제이자 전문가로서 제가 해야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전환점이 된 2017년

이런 방향성을 가지고 수년간 주로 수출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앞서 지재권으로 인한 잠재적인 분쟁 위험성은 없는지, 또 수출에 앞서 확보해야 하는 지재권을 확보하는 일을 돕는데 집중해왔습니다.

그 가운데 국내 모 차량용 전장기업이 미국에서 특허소송이 걸린 사례에서, 아무런 피해없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고, 이 사례가 2017년도 연말에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지재권분쟁 공동대응 지원사업 우수사례로 선정되었고, 반포의 컨퍼런스 홀에서 열린 우수전략 발표회에서 직접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은 그간 해외에서의 지재권 분쟁에 대한 공포증을 극복하는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고,

단순히 당면한 사건을 처리하는 실무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해외 특허 전략 설계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역할로 역할로 방향을 굳히게 만든 전환점이었습니다.


업계 안에서 역할이 달라지기 시작한 시점

이 즈음부터 해외 특허와 분쟁 대응 전략에 관한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핸들링하는 사건이 아닌 다른 특허법인들의 해외 특허 분쟁 대응에 대해 검토하고 평가하는 평가위원으로 위촉되기 시작했습니다.

또 2019년에는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요청으로 연차보고서에

「제2의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NPE 특허소송」이라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를 지나면서 제 업무는 점점 더 수출기업의 해외 지재권 업무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맞고 나서 대응할 것인가, 미리 준비할 것인가

여러 사건을 거치며 지금도 고객사에 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해외에서 수출하던 과정에서 문제가 터진 뒤에 대응하려면 이미 늦었거나, 또는 대응이 가능하다고 해도 너무 피해가 커진다는 것입니다.

해외에서의 법률분쟁에 대응하려면, 현지에서도 실력있는 로펌을 고용해야 하고, 아주 간단한 대응에 천만원 단위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흔합니다. 소송이라도 한다치면 초기 비용만 몇 억이상 소요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것도, 공격당하는 입장에서 말이지요.

그런데, 사전에 대비한다면 거의 돈이 들지 않습니다. 돈도 문제지만, 한참 선적하고 있는 와중에 소장이 접수되면, 생산물량은 다 어떻게 할까요. 기업운영에 치명적인 피해가 생길 수 밖에 없거든요.

경쟁자들의 잠재적인 위협은 사전에 분석하여 회피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에 앞서 우리만의 공격무기 또는 최소한 방어를 위한 지재권을 미리 준비해야만 안전한 시장진입이 가능합니다.

수출에 앞서 경쟁자들의 지재권을 분석하고, 최소한의 방어를 위한 특허, 상표 또는 디자인의 권리확보는 보험료라고 생각하고 지출하는 것이 맞다는 이야기를 늘 하는 편입니다.

심지어 수출기업을 위해서는 우리 정부의 지원사업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해외 분쟁 사후 대응과 사전 준비를 비교한 인포그래픽
해외 분쟁 사후 대응과 사전 준비를 비교한 인포그래픽

인공지능 시대, 수출기업의 지재권 전략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

다른 포스팅에서도 다룰 예정이지만, 인공지능 이후 지재권 분쟁의 추이도, 지재권 자체의 중요성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 글의 맨 위에서, 무효사유가 있는 특허로 글로벌 퍼블리셔들을 상대로 합의금을 받아간 미국 특허권자 사례를 들었는데, 실은 15년전이니 가능했던 이야기이고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허의 침해여부에 대한 판단이나, 특허권 그 자체에 대한 가치 판단에도 인공지능이 활용되면서 과거 수개월이 걸리던 분석작업이 단 며칠이면 가능해졌습니다.

과거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위험성을 예측하고, 지재권을 활용한 공격 또는 방어 전략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수출하는 우리 기업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시장을 뺏기지 않고 지키고 싶어하는 기존 시장참여자들도 마찬가지라는 점입니다.

인공지능 시대, 이제 더 이상은 지재권에 관한 준비 없이는 해외시장의 진출을 어렵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하는 일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은 단순히 해외출원의 대행에 머물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정부지원 사업을 통해서 우리 수출기업의 수출에 앞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위험성을 사전에 분석하고 회피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수출 타임라인에 맞춰 방어관점 또는 공격관점에서 지재권 확보 전략을 수립한 후 개별 지재권을 순차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을 도와드리는 일.

이러한 일련의 모든 업무를 망라한 것이 제가 생각하는 아웃고잉 실무입니다.


마무리

제가 아웃고잉 업무를 주로 하게 된 것은 우연한 사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분쟁과 대응을 거치며, 그것이 결국 제게 가장 중요한 분야가 되었습니다.

국내에서 좋은 기술을 만들고도 해외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기업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 경험이 쌓이면서, 해외 시장에서 안전하게 안착할 수 있도록 지재권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야말로 제가 가장 잘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같은 이유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수출과정에서 공격을 당하여 뒤늦게 대응하는 입장이 아니라, 처음부터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제가 아웃고잉 업무에 계속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박정규 변리사
박정규 변리사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 해외특허 20년 경력
국제특허 동천 대표변리사 · 아이피파트너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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