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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된 특허괴물의 무용담, 두 번째 이야기

    2010년대 미국에서 특허 수익화 비즈니스가 자리잡으면서 특허괴물(NPE)도 조직화됩니다. 특허를 검수해 합의금을 줄줄이 받아내는 관리형, 수천 건의 특허로 벽을 세워 통행료를 걷는 포트폴리오형. 우리 기업도 많이 당한 두 가지 모델을 애커시아와 인텔렉추얼 벤처스 사례로 쉽게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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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특허 동천
    Jul 22, 2026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된 특허괴물의 무용담, 두 번째 이야기
    Contents
    "특허를 돈으로 바꾸는 공장" — 관리형 수익화"벽을 세워 통행료를 받는" — 포트폴리오 압박형그래서 지금은

    지난 편에서는 특허괴물의 초기 성공 사례를 소개해드렸는데요. 그런 몇몇 사례가 있고 나서 2010년대에 들어서면 특허 수익화 비즈니스가 굉장히 활발하게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물론 미국에서의 이야기입니다.

    당장 저만 해도 2010년대 중반에는 수출하다가 소송에 걸린 우리 기업들을 컨설팅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우수 사례로 선정돼서 시상도 몇 번 했었지요. 2019년에는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요청으로 "제2의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NPE 특허소송"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하기도 했고요.

    각설하고, 이번 글에서는 미국에서 특허 수익화 비즈니스가 완전히 자리잡은 시점에 등장하는 특허괴물들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크게 두 가지 유형인데요. 우리 기업들이 받았던 경고장도 대체로 이 둘 중 하나였습니다.

    "특허를 돈으로 바꾸는 공장" — 관리형 수익화

    어느 날, 제품을 만들던 작은 회사나 발명가가 특허 한 묶음을 들고 나타납니다. 기술은 괜찮았는데 시장은 이미 대기업 제품으로 꽉 차 있고, "누가 베꼈다"는 감은 있어도 그걸 증거로 만들어낼 힘은 없는 상황이죠.

    그때 관리형 수익화 회사가 들어옵니다. 먼저 특허를 검수해요. 살릴 만한 특허만 남기고, 노릴 산업과 제품 라인을 찍은 다음, 내부 팀이 며칠 만에 비교표를 뽑아냅니다. 그리고 순서를 정합니다. 제일 먼저 무릎 꿇기 쉬운 회사부터 고르는 거예요.

    소송부터 박지는 않습니다. "싸우자는 게 아니라 정리하자"는 톤으로 문서를 내밀고, 상대가 시간을 끌면 곧바로 다음 카드를 꺼낼 준비를 합니다. 다음 타깃, 다음 법원, 다음 청구항 조합 같은 거요. 그러다 한 곳이 먼저 합의금을 내는 순간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업계에 신호가 퍼지거든요. "저 특허, 누군가 돈 냈다더라." 그러면 두 번째, 세 번째 회사가 조용히 연락해 오기 시작하고, 그때부터는 공장이 돌아갑니다. 합의금이 줄줄이 들어오고, 특허권자와 수익을 나누고도 회사에는 현금이 남죠.

    이 모델의 무서운 점은 호전적인 특허 변호사가 터뜨리는 '한 방'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프로세스로 큰돈을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특허를 팔아치우는 게 아니라, 현금이 나오도록 설계된 파이프라인 위에 특허를 올려놓는 거예요. 코딩으로 치면 한 번 돌리고 끝나는 스크립트가 아니라, 입력만 계속 넣어주면 알아서 돌아가는 자동화 함수를 짜둔 셈입니다. 당시 특허 소송 좀 해봤다는 사람이면 모를 수가 없는 대형 특허괴물 애커시아(Acacia)가 대표적인데요. 특허권자와 함께 라이선싱과 권리 행사를 수행하고 그 수익을 나누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관리형 수익화(공장형) 특허 수익화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정리한 인포그래픽

    "벽을 세워 통행료를 받는" — 포트폴리오 압박형

    이쪽은 싸우는 방식이 좀 더 교활합니다.

    한 장짜리 특허로는 대기업이 버틸 수 있다는 걸 이들은 잘 압니다. 그래서 애초에 한 방을 노리는 게 아니라 지형 자체를 바꿔버려요. 수백, 수천 건의 특허를 그러모읍니다. 하나하나는 평범해 보여도, 한데 묶어놓으면 기업 입장에선 악몽이 되거든요.

    어느 날 대기업 법무팀 책상 위에 제안서가 한 장 올라옵니다. "당신네 제품군 전체가 이 포트폴리오의 여러 특허와 충돌할 수 있다." 실제로 2010년대 중반 우리 기업들이 받은 경고장도 대체로 이런 식이었어요. 수백 개짜리 포트폴리오를 들이밀면서 "이 중에 적어도 몇 개는 침해가 성립한다"고 날아옵니다.

    딱 그 한 문장이 공기를 얼립니다. 하나하나 따져서 무효로 만들려면 시간과 돈이 끝이 없고, 하나를 꺾어도 다른 게 계속 튀어나올 것 같은 불확실성이 회사 전체를 짓누르죠. '특허 소송이 가능하다'는 그림자만으로도 경영진은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그 시절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특허 소송을 한다 치면, 당시 시세로 연간 30억은 기본으로 든다고 했거든요.

    출시 일정이 밀리면 얼마가 날아가나, 투자자 미팅에서 이 질문이 나오면 어떻게 답하나, 고객사가 불안해하면 계약이 깨질 수도 있나. 그렇게 숫자를 더하다 보면 어느 순간 라이선스 비용이 '비용'이 아니라 보험료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차피 싸우면 거액의 소송비가 들어가게 생겼으니까요. "싸우느니 그냥 떼어내고 말자." 이 결론이 나오는 순간 협상은 끝납니다.

    포트폴리오 전략의 진짜 수익은 법정 승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에요. 기업이 스스로 공포를 계산해서 내리는 결론에서 나옵니다. 결국 이들은 특허를 무기로 휘두른 게 아니라, 빠져나갈 틈 없는 벽을 세워두고 통행료를 걷는 방식으로 큰돈을 만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악명 높은 인텔렉추얼 벤처스(Intellectual Ventures) 같은 회사가 대표적인데요. 한때 미국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특허를 사 모았습니다. 당시 제 고객사들이 이 회사에서 받은 경고장만 여럿이니, 우리 기업들도 어지간히 당했을 겁니다.

    수백~수천 특허로 ‘벽’을 세워 라이선스를 유도하는 포트폴리오 압박 전략을 표현한 블루프린트

    그래서 지금은

    2019년에 제가 미국 특허괴물 소송에 대한 기고문을 쓸 때만 해도, 극성을 부리던 이들의 기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이었는데요. 이후 몇 년이 더 지나는 동안 상황이 또 많이 바뀌었습니다.

    적어도 정보의 비대칭을 틈타 심리적으로 몰아세워서 거액을 삥 뜯는 게 가능했던 그 낭만의 2010년대는 저물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재미난 비즈니스가 종말을 고했느냐.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조금 쉬어가면서, 지금 게임판의 분위기가 어떤 상태인지, 왜 과거만큼 극성을 부리지 못하는지를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 2019년 기고문 「제2의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NPE 특허소송」 원문은 아래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kipo.go.kr/ko/kpoBultnDetail.do?aprchId=BUT0000048&ntatcSeq=16384

    박정규 변리사
    박정규 변리사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 해외특허 20년 경력
    국제특허 동천 대표변리사 · 아이피파트너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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