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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못 피하는 특허가 있다 — '길목'을 막는다는 것

    강한 특허는 새로운 기술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누구든 그 기술을 하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목'을 잡아야 아무도 피해 갈 수 없다. 블로킹 특허(blocking patent)의 정체를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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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특허 동천
    Jul 27, 2026
    아무도 못 피하는 특허가 있다 — '길목'을 막는다는 것
    Contents
    특허의 권리는 "문장"으로 정해진다새로운 한 칸으로는 쉽게 빠져나간다검문소는 다리 위에 세워야 한다그 길목은 어디에 생기나정리하면

    지난 편에서 인공지능이 특허 심사에 들어오면 대부분의 특허가 죽거나 반쯤 죽은 채로 등록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살벌한 심사를 뚫고 살아남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가치가 천문학적으로 뛰어오를 특허가 극소수 있다고 말씀드렸죠. 제가 블로킹 특허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오늘은 그 정체부터 풀어보겠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이번에도 단정은 아니라는 점을 한 번 짚어두겠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인공지능으로 기술 발전에 가속이 붙는 세상을 전제로 한 추론입니다.

    특허의 권리는 "문장"으로 정해진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특허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딱 하나만 깔고 가겠습니다. 이거 하나만 이해하면 나머지는 술술 풀립니다.

    특허란 "이 기술은 내 것이니 허락 없이 쓰지 마라"고 국가가 인정해 주는 권리입니다. 그런데 그 권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청구항"이라는 문장으로 정해집니다. 발명을 그림으로 그려서 정하는 게 아니라, 글로 적어서 정하는 겁니다.

    그리고 특허 침해를 판단할 때는 한 가지 엄격한 원칙이 있습니다. 청구항에 적힌 구성요소가 A, B, C 세 개라면, 상대방 제품이 A·B·C를 전부 갖추고 있어야 침해가 됩니다. 셋 중 하나라도 빠지면 침해가 아닙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all elements rule)'이라고 부릅니다.

    이 원칙이 왜 중요하냐면, 여기서 특허의 가장 흔한 약점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청구항 A·B·C와 회피설계 사례를 비교한 인포그래픽

    새로운 한 칸으로는 쉽게 빠져나간다

    특허에 대한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세상에 없던 걸 하나 발명하면 강한 특허가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청구항에 적힌 새로운 요소가 딱 하나뿐이라면, 경쟁자는 바로 그 하나만 살짝 다른 방식으로 바꿔서 쉽게 빠져나갑니다. 방금 말씀드린 원칙 때문이죠. 그 새로운 요소 하나를 안 쓰면, 나머지가 아무리 같아도 침해가 아니니까요. 이렇게 특허를 피해 가도록 설계하는 걸 '회피설계'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남들이 안 한 새로운 걸 했다"는 것만으로는 강한 특허가 안 됩니다. 오히려 그 새로움이 한 군데에 몰려 있을수록, 경쟁자 입장에선 우회할 지점이 명확해서 빠져나가기 쉽습니다.

    그럼 어떤 특허가 정말 강한 걸까요.

    검문소는 다리 위에 세워야 한다

    진짜 강한 특허는 "이 기술을 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을 막습니다. 비유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도시로 들어가는 길이 여러 개 있다고 합시다. 이때 길 하나에 검문소를 세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다른 길로 돌아가면 그만이니까요. 회피설계가 바로 이 "다른 길로 돌아가기"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 도시로 들어가는 모든 길이 결국 단 하나의 다리 위에서 합쳐진다면 어떨까요. 그 다리 위에 검문소를 세우면, 누구든 도시에 들어가려는 사람은 반드시 그 검문소를 지나야 합니다. 피할 방법이 없습니다.

    강한 특허를 만든다는 건 바로 이 다리를 찾는 일입니다. 새로운 한 칸을 차지하는 게 아니라, 모든 길이 합쳐지는 길목을 차지하는 것. 그래서 경쟁자가 아무리 다른 방식을 시도해도 결국 그 길목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겁니다.

    여러 기술 흐름이 하나의 정션(다리)로 합쳐지고 길목에서 막히는 구조도

    그 길목은 어디에 생기나

    그렇다면 그런 길목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비로소 가능해지는 핵심적인 통찰을 알려드립니다.

    피할 수 없는 길목은 높은 확률로 서로 다른 두 기술 흐름이 만나는 교차점에 생깁니다. 하나의 기술 흐름 안에서는 우회로가 많습니다. 더 좋은 방법, 다른 방식이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그런데 두 개의 서로 다른 흐름이 한 지점에서 맞물려야만 하는 자리가 있다면, 그 자리는 양쪽 흐름 모두에게 필수가 됩니다. 그게 바로 다리이고, 검문소를 세울 자리입니다.

    저는 이 교차점을 '정션(junction)'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정션을 차지하는 특허가 바로 블로킹 특허, 영어로 blocking patent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미국에서는 보통 블로킹 특허 blocking patent 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한글로는 딱 정확하게 일치하는 표현은 잘 없습니다. 피하기 어려운 특허라는 의미인데, 돈 되는 특허, 길목을 막는 특허, 실무에서는 핵심특허라는 애매한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만 대충 같은 걸 의미한다 보시면 되겠습니다.

    말 그대로 "남이 못 지나가게 막는(blocking) 특허"입니다.

    정리하면

    특허 전략의 출발점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한 칸"을 찾는 게 아닙니다. "누구든 이 기술을 하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목"을 찾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목은 서로 다른 두 기술 흐름이 만나는 교차점에 생깁니다.

    말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그런 길목을 찾아내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아무 교차점이나 다 좋은 것도 아니고요. 어떤 길목은 오래가고 어떤 길목은 금방 낡아 버립니다.

    다음 편에서는 바로 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같은 길목이라도 왜 어떤 건 20년을 가고 어떤 건 3년 만에 휴지가 되는지. 그 차이를 가르는 결정적인 조건이 무엇인지 말입니다.

    박정규 변리사
    박정규 변리사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 해외특허 20년 경력
    국제특허 동천 대표변리사 · 아이피파트너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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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허의 권리는 "문장"으로 정해진다새로운 한 칸으로는 쉽게 빠져나간다검문소는 다리 위에 세워야 한다그 길목은 어디에 생기나정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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